연구 보고서-상세화면
스웨덴의 성주류화와 성평등 거버넌스

NARS Brief 제143호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ISDP 공동 개최 간담회
스웨덴의 성주류화와 성평등 거버넌스
- 일 시 : 2026년 3월 3일(화) 오전 9시
- 장 소 : 국회입법조사처 제3세미나실
간담회 주요 내용
이번 간담회에서는 스웨덴 성평등청(Swedish Gender Equality Agency)의 Anna Collins-Falk 국제 코디네이터 및 ISDP 한국사무소 Josephine Rasmussen 프로젝트 매니저를 초청해 스웨덴의 성 주류화 전략과 제도적 거버넌스 구조, Horizon Europe 성평등 계획(GEP) 이행, 연구·혁신 분야에서의 성 관점 통합 경험을 공유하고 한국에의 시사점을 논의했다. 스웨덴은 1994년부터 성 주류화를 채택해 별도 성평등법 없이도 강력한 정책 거버넌스와 성별 구분 데이터 기반 순환 점검 체계로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왔다. 젠더 코디네이터의 분산형 책임 구조, 노조의 적극적 역할, Horizon Europe GEP 의무화 등이 핵심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Anna Collins-Falk(Swedish Gender Equality Agency) 스웨덴의 성평등 정책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문제로 접근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핵심 원칙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권한으로 사회와 개인의 삶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며, 성평등을 권력(power) 구조의 재편 문제로 인식한다는 점이 스웨덴 정책의 출발점이다. 1994년 이후 성 주류화는 별도 프로젝트가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의 핵심 업무 전반에 통합되어 있다. 예산 편성, 정책 설계, 채용, 자원 배분 등 모든 단계에서 성 관점 분석이 의무화되며, 성별 구분 데이터를 활용한 순환 점검 체계가 작동한다. 리더십의 책임과 성과 기반 보고가 이 시스템의 핵심 동인이다. 스웨덴에는 성평등법이 없다. 대신 7가지 하위 목표가 명시된 강력한 정책 체계와 보고 구조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성평등은 고용노동부가 총괄하되, 모든 부처에 젠더 코디네이터가 상시 배치되어 책임이 분산된다. 젠더 코디네이터는 성평등 정책을 직접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각 기관이 성 관점을 정책에 반영하도록 지원·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Horizon Europe 참여 기관에는 GEP 수립이 필수 요건이다. 기관장 서명 후 공시, 전담 자원 확보, 성별 분리 데이터 기반 연간 보고, 무의식적 성차별 교육이 의무화되어 있으며, 스웨덴 성평등청은 현재 33개 고등교육기관의 GEP 이행을 지원하고 있다. 스웨덴도 도전 과제가 없지 않다. 젊은 남성층의 성평등 인식이 약화되고 있고, 이공계 여성 비율은 여전히 낮으며, 여성 주도 연구에 대한 과소평가와 연구비 지원의 성별 격차도 지속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익명 지원 방식과 학교 단계 이공계 여성 참여 확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나, 가시적 성과는 아직 장기적 과제로 남아 있다. 성평등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 주체는 남성과 소년이며, 남성성의 재규정과 남성 참여 확대가 성평등 정책의 핵심이다.
Josephine Ørgaard Rasmussen(Institute for Security & Development Policy) 한국과 스웨덴의 성평등 논의를 연결하는 작업을 해오면서, 두 나라의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스웨덴은 오랜 시간에 걸쳐 사회적 합의를 먼저 구축하고 그 위에서 제도를 작동시킨 반면, 한국은 법과 제도를 먼저 만들었으나 이를 지탱할 사회적 합의 기반이 취약하다. 특히 한국 젊은 세대의 젠더 갈등은 다소 우려스럽다. 이는 단순한 세대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성평등이 사회 전체의 가치로 내재화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다. 한국이 법과 제도를 넘어 규범과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보인다.
이혜숙 소장(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스웨덴은 세계적인 성평등 정책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교수의 여성 비율은 여전히 낮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 또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여성의 대표성 부족 문제는 여전하다. 한편,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젊은 층의 인식 변화에서 나타난다. 제도적 성평등이 진전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젊은 남성층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백래시(Backlash)' 현상은 양국 모두가 직면한 공통 과제이다. 이에 대한 철저한 원인 분석과 실효성 있는 대처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문미옥 전문위원(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스웨덴의 성별 분리 데이터와 교차성 접근은 AI·바이오헬스 연구혁신에서 성별뿐 아니라 나이, 장애, 지역 등을 교차 분석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한국은 성별 분리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부족해, 편향된 데이터로 훈련된 AI 알고리즘이나 남성 중심 의료 데이터에 의존하는 의료 AI가 성차별과 건강 형평성 저해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AI·바이오헬스 분야의 성별 데이터 구분은 당면한 정책 과제이자 지식·기술에서 성평등을 실현하는 첫 관문이다.
홍일표 실장(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장) 스웨덴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법이 아닌 거버넌스로 성평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양성평등기본법, 여성과학기술인 육성법 등 법률적 기반은 갖췄으나 이행 체계와 사회적 합의가 취약하다. ‘법은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 상황’과 ‘법은 없지만 강력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의 차이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스웨덴의 7가지 하위 목표 체계와 순환 점검·보고 구조는 한국 정책 설계의 중요한 참조점이다. 각 부처가 성 주류화 이행 여부를 보고하고 그 결과가 공개·평가되는 성과 기반 책무성 체계를 제도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차별금지법의 예방적 접근도 시사점이 크다. 한국은 사후적 구제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스웨덴처럼 위험 파악 → 원인 분석 → 조치 이행 → 추적 점검의 순환 구조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김주경 팀장(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스웨덴이 성평등을 단순한 여성 정책이 아닌 민주주의와 복지 국가의 지속가능성 의제로 격상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한 점은 소모적인 ‘특혜 논란’에 갇힌 한국 사회에 깊은 시사점을 던진다. 2026년 전 부처로 확대 도입될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제도 역시 스웨덴의 젠더 코디네이터처럼 각 부처의 정책 전반을 실질적으로 조율하는 ‘분산형 책무성 구조’로 튼튼하게 안착해야 한다. 나아가 진정한 의미의 성 주류화는 관 주도의 단순한 행정망 확충에 그칠 것이 아니라, 공공 부문을 넘어 민간 일터의 근본적인 노동 문화 혁신을 이끌어내고, 지식 생산의 최전선인 국가연구개발사업(R&D) 내에 성평등 계획(GEP) 의무화를 도입하는 등 우리 사회 전 영역을 아우르는 입체적이고 촘촘한 거버넌스로 확장되어야 한다.
향후 과제
스웨덴의 성 주류화 경험은 한국에 다음과 같은 정책 과제를 제시하며, 국회입법조사처는 관련 입법·제도 개선을 위한 조사·연구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 1) 법률 중심에서 거버넌스 중심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각 부처의 성 주류화 이행을 보고·평가하는 책무성 체계 구축을 위한 입법적 기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Horizon Europe GEP 요건을 준용하여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성평등 계획 의무화를 적용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함께 논의해 볼 만하다. 3) AI·바이오헬스 등 신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성별 분리 데이터 구축의 법적 근거 마련을 검토해 볼 수 있다. 4) 성평등을 민주주의·복지 지속가능성의 문제로 재프레임하고, 남성을 포함한 전 사회적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논의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 의 : 허민숙 입법조사관 (보건복지여성팀)
02-6788-3538
minsheo@assembly.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