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구성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여성이 정치적으로 남성과 동등하게 대표되는 것은 기회균등과 평등, 궁극적으로는 인간존중이 실현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입법 과정을 통해 사회적 아젠다를 논의하는 의회의 경우 남성이나 여성이 전체의원의 40%가 되지 않을 경우 성적 불평등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탄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해외선진국과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의회의 현황을 살펴보면 여성 국회의원이 전체의원의 15.7%, 지방의회의원은 광역의회에서 14.8%, 기초의회에서 21.7%에 불과하다. 이는 여성의 경제·사회 진출이 크게 증가한 현재의 상황과 부합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 측면에서의 지원 뿐만 아니라 정당과 의회를 중심으로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 보고서는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낮게 나타나는 원인을 법·제도, 정당, 의회문화의 세 측면에서 살펴보고 각각의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법·제도적인 문제는 여성할당제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할당규정 및 선거제도의 한계로 인해 여성의원의 비율이 여전히 낮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후보자를 일정 비율 이상 추천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여성할당규정이 가지는 한계로 인해 지역구 선거에서 여성후보의 공천비율이 낮다. 또한 상대적으로 여성후보의 공천비율이 높은 비례대표가 전체 의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여성의원의 의회 진출이 쉽지 않다.
둘째, 정당 차원의 문제는 공직선거에서 정당의 여성후보 공천 비율이 낮다는 점이다. 특히 지역구 선거의 경우 여성 가산점제 도입 등을 통해 여성후보자의 공천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후보의 공천비율이 높지 않다. 이는 정당이 당선 가능성, 남성 후보들의 반발 등을 고려하여 실제 공천 과정에서 여성 후보 공천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남성중심의 비공식적인 의회문화를 들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여성의원의 수가 증가하면서 국회 내의 성 평등 정착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나 아직도 여성의원의 권한이나 의회내 대표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회내 의장단과 상임위원회에서 여성의원의 대표성이 여성의원 비율에 비해 낮다는 점은 여성의원의 권한 부족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국회 내에서「성 평등 국회운영규정」이 부재하고 남성중심의 비공식적 문화가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점 등이 문제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한 개선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제도적 개선방안으로는 여성할당 규정의 법·제도적 실효성 확보, 비례대표 확대를 통한 여성의원 비율의 증대, 여성명부제와 같은 다양한 방식의 여성할당제도의 도입, 그리고 헌법 개정을 통한 남녀 대표성의 평등조항 명기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당정치의 개선 방향으로는 공천과정에서의 투명성 제고, 여성정치인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공천제도로의 개선, 그리고 여성정치인의 양성을 내용으로 하는 「당헌」·「당규」의 마련이 필요하다. 법으로 여성할당을 강제하는 것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며 위헌성의 여지가 있다는 논란을 감안하면, 정당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여성후보를 발굴하고 공천하려는 노력이 제도적 개선에 앞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끝으로 성 평등한 의회로의 전환을 위해 「성 평등 국회 운영규정」을 신설하고 성 평등 의회문화를 정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국회와 지방의회의 의장단, 상임위원회 위원장에 여성의 대표성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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