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국회의 임기 중 개회된 마지막 본회의(2012년 5월 2일)에서 일명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국회법」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제19대 국회는 이전 국회와는 다른 발전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개원하였다. 국회선진화법은 제17대 국회와 제18대 국회에서 쟁점법안의 처리를 둘러싸고 반복된 입법교착과 의사파행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일련의 의사절차 패키지이다.

이 중에서 「국회법」제59조의2에 신설된 의안자동상정제는 의안이 소관위원회에 회부된 후 「국회법」제5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안숙려기간이 경과한 후 30일이 지난 후 처음으로 개회하는 위원회 의사일정에 자동상정되도록 한 제도이다. 이는 여야대립이 첨예한 의안의 위원회 상정을 둘러싼 물리적 충돌과 의사파행을 막기 위해서 도입되었다. 이 제도가 예외없이 시행된다면 의안의 위원회 상정기간은 50일 내외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연구는 의안자동상정제가 입법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의안의 상정기간을 얼마나 단축시켰는지를 분석하기 위해서 제18대 국회 전반기와 제19대 국회 전반기를 대상으로 법안의 위원회 상정기간을 비교분석하였다. 분석결과 의안자동상정제의 시행 이후로 법안의 위원회 상정기간은 평균 20일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법안상정기간의 단축효과는 정부안은 1.9일밖에 되지 않지만, 의원안의 경우 23.8일이나 되었다. 이는 의안자동상정제의 입법영향은 의원안의 위원회 상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의안자동상정제의 시행단위는 각 위원회라는 점에서 위원회별 법안상정기간을 분석한 결과, 각 상임위원회별로 법안상정기간에 큰 차이가 있었으며, 심지어 제18대 국회와 비교해서 법안상정기간이 오히려 늘어난 위원회도 5개나 되었다. 이는 의안자동상정제가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전면적으로 시행되지는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것이 가능한 배경에는 ‘위원장과 간사가 합의하는 경우’에는 의안자동상정제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단서규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이 예외규정을 이용해서 제19대 국회에 서도 위원장과 간사가 합의하는 안건만을 상정하기로 하였으며, 이로 인해서 법안의 평균상정기간이 상임위원회 중에서 가장 긴 134.1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의원안을 여야정당별, 대표유형별, 선수별로 구분하고 각 범주별로 법안상정기간에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상정기간의 단축효과는 여당의원안이 더 컸지만, 제19대 국회에서는 여ㆍ야의원안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대표유형별로도 지역구 의원안과 비례대표 의원안에 큰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제18대 국회와 제19대 국회 모두 다선의원안의 상정기간이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의안자동상정제가 예외없이 전면적으로 시행된다면, 발의주체별로나 상임위원회별, 그리고 의원의 배경변수별로 의안상정기간은 대동소이하게 나타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의 분석결과 정부안과 의원안의 상정기간에는 여전히 차이가 존재하며, 특히 상임위원회별로 법안 상정기간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서 의안자동상정제의 입법효과가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