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는 2주간에 걸친 협상 끝에 신기후변화 체제 합의문인 “파리기후변화협정(Paris Agreement)”을 채택하였다. 동 협정에 대한 서명은 2016년 4월 22일 유엔 사무총장 주재 고위급 서명식 이후 1년간 개방되며, 전 세계온실가스 배출량의 55% 이상을 차지하는 최소 55개 국가가 비준한 때로부터 30일 후 협정이 발효된다. 국내에서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동 협정을 비준한다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은 기존 유엔기후변화체제였던 교토 의정서를 대체하고, 교토 의정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1997년 COP3에서 채택되었던 교토 의정서 체제에서는 일부 선진국들만이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담하였고, 한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은 감축의무에서 면제되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국이면서도 교토 의정서 체제의 규율을 받지 않음으로써 전체 기후변화체제의 정당성과 공정성에 대하여 끊임없이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모두 포함하여 총 195개국이 참여하고, 참여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또한 전 세계 배출량의 약 90%에 이르고 있다.
기존 교토 의정서가 개도국이 선호하는 형평성 원칙을 구현하던 제도적 틀이었다면, 이와 같은 특정한 형식을 붕괴시키고 선진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형식으로 형평성 원칙을 재구성한 결과가 파리기후변화협정이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공통된 구속력). 하지만 합의문의 법적 구속력과 감축 의무의 법적 구속력을 구분하여 모든 국가가 합의문의 법적 구속은 받게 하되 감축 의무에 대한 법적 구속력은 받지않도록 하고 있다. 즉 각 국이 온실가스 자발적 감축기여방안(INDC)을 자발적으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한 규정이 없다. 다만 그러한 감축약속들을 국제적으로 측정ㆍ보고ㆍ검증하는 체제가 도입되어 유엔 기후변화협약 차원에서 이를 조정하게 되어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르면 신기후변화 체제 하에서 모든 참여국들은 2009년 코펜하겐 합의에 따른 개도국의 ‘감축 행동’보다 한층 강화된 형태의 감축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기존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부속서 Ⅰ 국가들(의무감축 국가로서 선진국 및 동유럽의 경제전환국이 대부분임)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을 비준할 경우 더이상 교토 의정서의 감축 공약과 같은 국제법적 구속은 받지 않게 될 것이다. 모든 참여국들이 제출한 INDC는 파리기후변화협정상의 국제법적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서 신의칙에 따라 고려하면 된다.
신기후변화 체제는 자발적 감축 목표 설정과 철저한 이행 검증체제를 지향하고 있는 바, 2020년 이후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이행에 대한 강도 높은 국제적 검증이 예상된다. 이는 향후 한국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국제적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신기후변화 체제의 출범에 따른 국제 에너지 환경의 변화는 녹색산업 및 청정기술개발 등 새로운 기술과 사업, 시장 및 일자리 창출과 같은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이에 국회는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른 신기후변화 체제 형성이라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국내적ㆍ국제적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에 해당하여 헌법 제60조 제1항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약으로 볼 수 있으므로, 국회는 동 협정에 대한 비준동의를 통하여 기후안정화에 관한 한국의 선도적 역할에 대한 정치적 지지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 둘째, 국회는 입법적ㆍ재정적 지원은 물론 의원외교 차원의 지원을 통하여 가격 경쟁력과 효율성을 겸비한 저탄소 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필요가 있다. 셋째, 국회는 「통상조약의 체결 및 절차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통상조약의 교섭, 비준동의 및 이행점검 과정에서 통상조약이 화석연료 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 또는 재설계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들 간 이견을 조율하고 적절하게 역할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 넷째, 국회는 기후안정화와 관련된 지속가능발전의 원칙이 국제적 차원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유엔 지속가능발전센터와 같은 국내 소재 국제기구를 활용한 의원외교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회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주요 재정지원 체제인 녹색기후기금(GCF)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하여 그 자체 수입원 마련을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